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회화를 바꾼 화가이자,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야수파(Fauvism)의 중심인물이다. 북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고, 인상파와 고흐, 세잔에게서 영향을 받으며 강렬한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1910년대 이후 니스와 방스에 정착하면서, 지중해의 빛과 색을 바탕으로 가장 마티스다운 시기를 열었다. 말년에는 병으로 침대에 누운 채, 가위로 종이를 잘라 붙이는 작업과 방스의 로사리오 예배당을 완성하며 생을 마무리했다. 니스와 방스를 걸으며, 마티스가 사랑한 지중해의 빛과 색의 풍경을 따라가 보자.
1. 니스에서 만나는 마티스
1-1. 마티스 미술관 (Musée Matisse Nice)
위치: 164 Av. des Arènes de Cimiez, 06000 Nice, 프랑스
시미에(Cimiez) 언덕에 자리한 마티스 미술관은, 마티스의 초기에서 말년까지를 한 번에 훑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마티스 박물관’이다. 17세기 빌라였던 건물 안에 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커팅 작품과 함께, 예배당을 위해 설계한 스테인드글라스 초안도 전시돼 있어 “마티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색과 형태를 단순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니스 시기에 그린 실내 정경, 창밖 풍경, 오리엔탈 패턴이 있는 모델들, 그리고 로사리오 예배당 관련 자료들을 보고 나면, 방스로 이어지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2. 호텔 레지나 (Ancien Hôtel Régina, 외관)
위치: 73 Bd de Cimiez, 06000 Nice, 프랑스
19세기 후반 벨 에포크 건축 양식의 아름다운 호텔이다. 1938년, 마티스는 시미에 언덕의 옛 호화 호텔이었던 이 ‘호텔 레지나’에 넓은 아파트를 구입해 거대한 작업실을 꾸몄다. 여기서 그는 대형 커팅 작품과 니스 시기의 대표작들을 만들었고, 침대에 누운 채 종이를 자르고 붙이는 말년 작업도 이곳에서 계속했다. 지금은 일반 주거용 건물이라 내부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마티스 미술관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외관만이라도 보고 지나가면, ‘마티스의 도시 니스’라는 감각이 확실해진다.
1-3. 시미에 수도원 (Monastère de Cimiez)
위치: Place Jean-Paul II Pape, 06000 Nice, 프랑스
마티스 미술관이 있는 시미에 언덕은 원래 로마 유적과 수도원이 있던 니스의 옛 중심지였다. 지금은 올리브 나무가 늘어선 공원, 수도원 정원, 아레나 유적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언덕으로, 마티스가 사랑했던 ‘조용한 니스’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언덕 위 시미에 공동묘지에는 마티스의 묘비가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화려한 삶에 비해 담백한 묘가 인상적이다. 미술관 관람 후 언덕을 천천히 산책하며 수도원도 방문해 보자.
2. 방스(Vence)에서 만나는 마티스
2-1. 로제르 예배당 (La Chapelle Matisse)
위치: 466 Av. Henri Matisse, 06140 Vence, 프랑스
마티스가 도미니코회 수녀들과의 인연으로 건물 설계부터 스테인드글라스, 6벌의 샤쥐블(chasuble)(사제가 입는 의복), 내부 장식까지 전부 디자인한 공간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4년 동안 오직 이 작업만 생각했고, 내 일생의 결실”이라고 말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푸른·노란·초록빛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은 흰 타일의 선 드로잉(성인, 마리아, 십자가 등)과 만나, 말 그대로 ‘빛으로 그린 그림’ 같은 공간을 만든다. 옆의 작은 전시실에는 예배당을 위해 그린 초안과 드로잉, 제의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2-2. 빌라 르 레브 (Villa Le Rêve)
위치: 261 Av. Henri Matisse, 06140 Vence, 프랑스
1943년, 전쟁과 니스 폭격을 피해 마티스는 방스 언덕 위의 작은 빌라 ‘르 레브(Le Rêve, 꿈이라는 뜻)’로 이주한다. 그는 이곳에서 정원과 남프랑스의 빛을 바라보며 건강을 회복했고, 벽을 가득 채우는 커팅 작업과 로사리오 예배당을 위한 스케치를 시작했다. 예배당에서 매우 가깝다. 지금은 내부 관람은 쉽지 않지만, 방스 구시가지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 언덕을 올려다보면 당시 사진 속 마티스가 앉아 있던 정원과 비슷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날 마티스는 “색채의 마법사”로 평가된다. 야수파의 창시자로서 포스트인상주의 이후의 회화를 선도했고, 초현실주의와 더불어 표현주의·추상주의로 이어지는 현대미술의 흐름에 씨앗을 뿌린 화가이다. “나는 사람들이 피곤한 하루 끝에 안락의자에 기대듯, 나의 그림 앞에서 편안함과 위안을 느끼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마티스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 속에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정서를 전한다. 말기에는 류머티즘으로 붓을 들기조차 어려워지자 색종이를 오려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병색이 짙은 나이에도 캔버스를 넘어서 공간 전체를 색과 빛으로 채우려 노력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지중해의 빛 아래에서 마티스가 남긴 색채의 세계를 직접 마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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