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은 몽마르트르의 밤과 카바레, 서커스, 매춘부와 댄서들의 세계를 누구보다 생생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 화가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유전적 질환과 사고로 다리가 크게 자라지 못해 키가 작고 몸 비율도 기형적으로 남았다. 귀족 사회에서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고, 그는 자연스럽게 파리의 주변부, 몽마르트르 언덕의 밤문화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친구를 만들고, 모델을 찾고, 삶을 그렸다. 오늘날 툴루즈 로트렉은 포스터 아트, 그래픽 디자인, 광고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문 선구자로 평가된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몽마르트르와 파리의 뒷골목으로 떠나보자.
1. 파리에서 만나는 로트렉
1-1. 물랭 루즈(Moulin Rouge)
위치: 82 Bd de Clichy, 75018 Paris, 프랑스
붉은 풍차가 달린 카바레 물랭 루즈는 로트렉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장소다. 그는 이곳의 전속 포스터를 맡으며 “캉캉 댄서 로트렉”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유명한 댄서 라 굴뤼(La Goulue), 잔 아브릴(Jane Avril), 탐정처럼 구경하는 신사들의 실루엣 등이 그의 포스터와 그림 속에서 반복 등장한다. 오늘날 물랭 루즈는 화려한 관광 쇼장이 되었는데 실제 쇼를 보지 않더라도, 저녁 무렵 외관만 보고 사진을 남겨도 “로트렉의 파리”를 상징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1-2. 몽마르트르 언덕 & 옛 카바레들
위치: 파리 18구 몽마르트르 일대 (Place du Tertre, Rue Lepic, Rue des Abbesses 주변)
몽마르트르는 로트렉의 생활무대이자 작업실이 있던 언덕이다. 오늘날에는 관광지 느낌이 강하지만, 골목 곳곳에 남아 있는 옛 간판과 카바레, 카페들은 여전히 19세기 말 보헤미안들의 흔적을 품고 있다. 르 샤 누아(Bar Le Chat Noir), 라팽 아질(Au Lapin Agile) 같은 옛 카바레들은 로트렉, 피카소 등 유명한 시인, 음악가들이 드나들던 곳으로, 지금도 간판과 외관이 그 시절 분위기를 살짝 전해준다.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에는 작은 화가들 노점, 골목 외벽의 옛 포스터 복제품이 있다. 몽마르트르 박물관(Musée de Montmartre)에 들르면, 로트렉과 동시대 예술가들이 살던 옛 건물을 개조한 전시 공간에서 당시의 아틀리에와 정원, 포스터, 그림들을 함께 볼 수 있다.
1-3.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위치: Esplanade Valéry Giscard d'Estaing, 75007 Paris,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는 로트렉의 중요한 유화와 드로잉이 여럿 소장되어 있다.
〈물랭 루즈에서(At the Moulin Rouge)〉, 〈자크블랑 로트렉 백작 부부〉, 라 굴뤼, 잔 아브릴을 그린 작품들을 직접 보면 인물을 예쁘게 꾸미기보다 성격, 피곤함, 흥분과 공허함까지 그대로 드러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친 선, 과감한 색 대비, 얼굴과 손의 과장된 표현은 “못생기게 그린다”가 아니라 “가면 뒤의 진짜 모습을 그린다”에 가깝다. 한 층 위에 걸린 인상파 화가들의 부드러운 빛과 비교하면서 보면 몽마르트르 밤의 공기와 로트렉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더 잘 느껴진다.
2. 알비(Albi)에서 만나는 로트렉
툴루즈 로트렉 미술관 (Musée Toulouse-Lautrec)
위치: Palais de la Berbie, Pl. Sainte-Cécile, 81000 Albi, 프랑스
알비는 로트렉의 출생지이고, 옛 주교궁이었던 베르비 궁(Palais de la Berbie)을 개조해 만든 툴루즈 로트렉 미술관에는 세계 최대의 로트렉 컬렉션이 모여 있다. 유년기 드로잉부터 몽마르트르 포스터, 유화, 리토그래프, 광고 작업까지 그의 예술 인생 전체를 연대기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파리에서는 “밤의 화가”로만 기억되기 쉽지만, 알비 미술관에서는 그의 섬세한 초상화, 조용한 풍경, 광고 디자인 감각이 결합된 포스터까지 폭넓게 마주하게 된다.
유화와 포스터, 리토그래프를 넘나들며 “대중 광고와 예술의 경계”를 허문 로트렉은 37세라는 짧은 생을 마쳤지만, 오늘날 그래픽 디자인과 포스터 아트의 선구자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싸구려 카바레 포스터 정도로 여겨졌던 그의 작업들이 지금은 “20세기 시각문화의 출발점”으로 미술관 벽을 채우고 있다. "귀족적인 정신을 갖췄지만 신체에 결함이 있던 그에게 신체는 멀쩡했지만 도덕적으로 타락한 매춘부들이 묘한 동질감을 줬을 것이다."라는 동료의 말처럼, 사회적으로 주변부에 있던 사람들을 그리며 연민과 동지 의식에 가까운 심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파리의 밤, 로트렉이 사랑하고 그려낸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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