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폰스 무하(Alfons/Alphonse Mucha, 1860–1939)는 벨에포크 시대 파리 포스터를 장식한 아르누보의 아이콘이자, 체코 민족의 정체성을 거대한 연작으로 남긴 화가다. 모라비아의 작은 마을 이반치체에서 태어나, 청년기에 빈과 뮌헨에서 그림을 공부한 뒤 파리로 건너가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우아한 곡선, 길게 흐르는 머리카락, 꽃과 장식무늬로 가득한 ‘무하 스타일’은 당시 파리 거리의 광고이자, 동시에 하나의 예술 양식이 되었다. 말년에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대작 연작〈슬라브 서사〉를 그렸다. 파리의 스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체코 민족 서사를 그린 화가 무하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떠나보자.
1. 프라하에서 만나는 알폰스 무하
1-1. 무하 미술관 (Mucha Museum)
위치: Panská 7, 110 00 Nové Město, 체코
프라하 시내 한가운데 있는 작은 미술관이지만, “무하 입문”으로는 가장 좋은 시작점이다. 사라 베르나르 포스터, ‘JOB 담배 광고’, 각종 상업 포스터, 장식 패널, 스케치, 사진 등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무하 스타일’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포스터가 어떻게 인쇄되었는지, 광고, 포장, 달력, 카탈로그까지 상업 디자인에 참여했던 무하의 면모도 볼 수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사진과 편지를 읽어보면, “거리의 포스터를 예술로 끌어올린 사람”이 동시에 “먹고살아야 하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였다는 현실도 느껴진다.
1-2. 시민 회관 (Municipal house, Obecní dům)
위치: Náměstí Republiky 5, 111 21 Staré Město, 체코
프라하 시민 회관은 체코 아르누보 건축의 결정판 같은 곳으로, 외관뿐 아니라 실내 장식의 상당 부분에 무하를 비롯한 체코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무하는 이 건물 안의 한 홀 장식을 맡아, 체코 민족과 슬라브 정체성을 주제로 한 벽화와 장식 패턴을 남겼다. 파리 포스터에서 보던 곡선과 꽃무늬가 이곳에서는 국가·도시를 찬미하는 장식으로 변신해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도 아르누보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포스터 속 여인이 앉아 있을 것 같은 화려한 실내를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다.
1-3. 성 비투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위치: III. nádvoří 48/2, 119 01 Praha 1-Hradčany, 체코
프라하 성 안 성 비투스 대성당에는 무하가 디자인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무하의 패널은 체코 슬라브 성인과 민족 서사를 테마로 한다. 얼굴과 옷자락, 배경 장식에 무하 특유의 곡선과 패턴이 살아 있어서 “아, 이건 딱 무하다” 하고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파리의 포스터에서는 금빛과 파스텔톤으로 보던 무하의 색이 이곳에서는 빛과 유리로 바뀌어 성당 내부를 물들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2. 모라브스키 크룸로프에서 만나는 무하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Moravský Krumlov Castle)
위치: Zámecká 1, 672 01 Moravský Krumlov, 체코
모라브스키 크룸로프의 성(城)은 나치와 2차 세계 대전을 피해 무하의 대작 연작 〈슬라브 서사〉가 걸려 있던 곳이다. 무하의 평생 숙원 사업이었던 〈슬라브 서사〉는 체코·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그린 거대한 연작이다. 캔버스 한 점 한 점이 수 미터에 이르는 규모라 전시 공간 문제가 늘 따라다녔고, 프라하와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사이를 오가며 몇 차례 이전을 겪었다. 그래서 실제 여행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현재 슬라브 서사가 어디에 전시되고 있는 지다. 프라하 시청사나 시민회관에서 전시 중일 수 있으므로 꼭 확인해 보자. 슬라브 서사는 체코-슬라브 민족의 전쟁, 종교 갈등, 해방의 순간들을 상징과 역사적 장면이 뒤섞인 방식으로 그려낸 연작이다. 장식적이고 우아한 포스터의 세계와 달리, 여기에서는 민족 서사와 이상, 신화와 정치가 뒤엉켜 있다.
오늘날 알폰스 무하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얼굴”이자, “슬라브 민족 정체성을 그린 화가”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상업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지금의 그래픽 디자인,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의 출발점으로 읽힌다. 한편으로 〈슬라브 서사〉, 프라하 시민 회관, 성 비투스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담긴 체코 민족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예술은 오직 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나는 내 나라를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예술의 사명은 영혼을 울리는 방식으로 진실을 표현하는 것이다”라는 무하의 말처럼 “한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을 넘어, 예술을 통해 민족적,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예술가 무하의 삶과 신념을 만나보는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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