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화면 전체에 번지는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터치 덕분에 인상파 가운데서도 특히 아름답고 화려한 화가로 꼽힌다. 리모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파리로 이주해 도자기 공장에서 도제 생활을 하며 그림을 배웠고, 루브르에서 옛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화가의 길을 닦았다. 몽마르트르 언덕과 파리 시내를 걸으며 르누아르가 사랑했던 ‘일요일 오후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 느껴보고,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말년의 르누아르도 여행 속에서 만나보자.
1.파리에서 만나는 르누아르
1-1. 몽마르트르 미술관 & 르누아르 정원 (Musée de Montmartre)
위치: 12 Rue Cortot, 75018 Paris, 프랑스
몽마르트르 미술관이 자리한 오래된 건물은 실제로 르누아르가 살며 작업하던 집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그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등 대표작을 구상하고 그렸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몽마르트르의 역사와 화가들의 삶을 보여주며, 르누아르가 살던 방과 작업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건물 뒤편으로 나가면 ‘르누아르 정원(Jardins Renoir)’이 펼쳐진다. 몽마르트르 유일한 포도밭 ‘클로 몽마르트르’와 파리 북쪽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정원 한편엔 그림 〈그네〉의 모티브가 된 그네와 나무들이 있다. 실제 풍경 위에 르누아르 그림이 겹쳐지는 기분이 든다.
1-2. 물랭 드 라 갈레트 (Le Moulin de la Galette)
위치: 83 Rue Lepic, 75018 Paris,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옛 풍차와 야외 무도장으로, 르누아르의 명작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의 배경이 된 곳이다. 당시 이곳은 서민과 노동자, 젊은 예술가들이 저렴한 와인과 빵을 나누며 춤추던 ‘동네 야외무도장’이었다. 르누아르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이곳에 와서 놀고, 스케치하고,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1-3.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
위치: Esplanade Valéry Giscard d'Estaing, 75007 Paris,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주의의 메카 같은 곳으로, 르누아르 작품만 작은 개인전 수준으로 모아놓은 공간이 있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원본이 바로 여기 소장되어 있고, 〈피아노 치는 소녀들〉, 〈시골 무도회〉, 〈목욕하는 여인들〉 등 다양한 시기의 르누아르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피부가 단색으로 칠해진 것이 아니라 노랑, 분홍, 파랑, 초록 같은 다양한 색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살결처럼 보인다. 이 미묘한 색의 떨림이 ‘르누아르 특유의 따뜻함’을 만든다. 모네·마네·드가 그림이 걸린 방을 함께 보면서 “같은 시대, 다른 눈”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재미다.
2. 에소예(Essoyes)에서 만나는 르누아르
2-1. 르누아르 문화센터 (Du Côté des Renoir)
위치: 9 Pl. de la Mairie, 10360 Essoyes,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작은 마을 에소예는 르누아르 아내 알린 샤리고의 고향이자, 그가 ‘진짜 집처럼’ 사랑했던 곳이다. 마을 중심의 르누아르 문화센터에서는 르누아르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상설 전시, 영상, 모형 등을 통해 “가족과 함께한 르누아르”를 느낄 수 있다.
2-2. 르누아르 가족의 여름 별장 ( Maison Renoir)
위치: 9 Pl. de la Mairie, 10360 Essoyes, 프랑스
이 집은 1896년에 르누아르 부부가 구입한 여름 별장으로, 르누아르가 처음으로 소유한 자가이다. 집 안에는 가족 사진, 가구, 생활 소품들이 당시에 가깝게 복원돼 있어서, 화가의 집이라기보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여름방학 집” 같은 분위기다.
3. 카뉴-쉬르-메르(Cagnes-sur-Mer)에서 만나는 르누아르
르누아르 미술관 – Musée Renoir (Les Collettes)
위치: Musée Renoir, 19 Chem. des Collettes, 06800 Cagnes-sur-Mer, 프랑스
르누아르는 1907년, 점점 심해지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달래기 위해 더 따뜻한 남프랑스로 이주했고,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레 콜레트’ 농가를 자신의 마지막 집으로 삼았다. 지금은 르누아르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집 안에는 르누아르의 후기 작품, 조각, 가구, 휠체어, 작업 도구들이 남아 있다. 팔이 굳고 손가락이 휘어지는 상황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렸던 그의 삶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무릎과 손이 심하게 망가진 뒤에도 붓을 손가락 사이에 쥐고, 조수에게 팔레트를 들어 달라 부탁하며 작업을 이어 갔다고 전해진다.
색채의 화가라 불리는 르누아르는,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누구보다 집요하게 사랑한 화가였다. 부드러운 색채와 따뜻한 시선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손이 굳어 가던 말년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고통은 사라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이 한마디가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살아낸 삶을 압축한 문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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