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함께 걷는 오스트리아 테마여행 – 빈 & 바덴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고전주의 시대의 거장이자 낭만주의를 잇는 다리로 평가받는 작곡가다. 독일 본에서 태어나 빈으로 건너온 그는, 귀가 점점 들리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9개의 교향곡, 수많은 소나타와 실내악, 협주곡을 남겼다. 궁정과 귀족의 전유물이던 음악을 시민들도 함께 향유하는 시대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며 고뇌하고 작곡했던 도시 빈과 근교 바덴을 따라 여행하며 그의 삶과 음악에 스며 있는 고통과 열정을 함께 느껴보자.

 

1. 빈(Vienna)에서 만나는 베토벤

1-1. 베토벤 뮤지엄 (Wien Museum Beethoven Museum)

위치: Probusgasse 6, 1190 Wien, 오스트리아

 

빈 도블링(19구) 하일리겐슈타트 지역에 있는 이 집은, 베토벤이 귀의 이상을 심각하게 느끼고 요양 겸 피신하듯 머물렀던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남기며, 거의 자살까지 고민할 정도의 절망 속에서 다시 음악에 헌신하겠다고 결심한다. 현재는 베토벤 뮤지엄으로 꾸며져, 본 시절과 빈 초기 생활, 청력 악화 과정, 당시 의학 기록과 악보, 편지, 악기 등이 여러 작은 방에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다.

 

1-2. 파스콸라티 하우스 (Wien Museum Beethoven Pasqualatihaus)

위치: Mölker Bastei 8, 1010 Wien, 오스트리아

 

성 슈테판 성당에서 멀지 않은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집은, 베토벤이 오래 머문 거처 중 하나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 교향곡 4번, 5번(‘운명’), 7·8번, 오페라 〈피델리오〉의 일부 등을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작은 박물관으로, 베토벤이 쓰던 방 구조를 복원해 놓고 악보 복제본, 편지, 초상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1-3. 베토벤 기념비 (Beethovendenkmal)

위치: Beethovenpl. T, 1010 Wien, 오스트리아

 

베토벤플라츠라는 작은 공원 가운데에 1880년에 세워진 동상이 있다. 조각가 카스파르 폰 춤부슈가 만든 이 동상은 의자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베토벤이 중심에 있고, 아래에는 프로메테우스와 상징적 인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1-4. 카페 프라우엔후버 (Café Frauenhuber)

위치: Himmelpfortgasse 6, 1010 Wien, 오스트리아

 

카페 프라우엔후버는 1824년부터 이어지는 빈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카페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여기서 손님들을 위해 연주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건물에 있던 이전 주인의 카페에서 1780년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식사 손님들을 위해 테이블 음악을 연주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지금도 입구에는 이를 알리는 작은 동판이 붙어 있다.

 

2. 바덴(Baden bei Wien)에서 만나는 베토벤

2-1. 베토벤하우스 바덴 (Beethoven-Haus)

위치: Rathausgasse 10, 2500 Baden, 오스트리아

 

바덴은 빈 남쪽에 있는 온천 휴양지로, 황제와 귀족들이 휴식을 위해 찾던 곳이다. 베토벤도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이곳에 머물렀고, 특히 이 집에서 1821, 1822, 1823년 여름을 보냈다. 1823년 여름에는 바로 여기서 9번 교향곡의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완성되어, 이곳은 '9번 교향곡의 집(Haus der Neunten)'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작은 박물관으로, 거실과 작업 공간, 바덴에서 썼던 편지, 9번 교향곡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에는 소리와 청력을 체험하는 공간이 있어, 베토벤이 점점 들리지 않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 체감해 볼 수 있다.

 

 

음악가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청각장애를 앓았음에도 그 고통과 절망 속에서 끝내 포기하지 않고 운명과 맞선 작곡가 베토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믿기 어려운 대작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장애와 한계는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예술가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 준다. 베토벤의 흔적을 따라 그의 아픔과 고뇌를 함께 떠올려보며, 우리 각자도 운명에 맞서는 힘을 찾아 떠나보는 여행은 어떨까.